북한 사람 북한 이야기

"내 손자는 꽃제비가 아닙니다", 북한 할머니의 절규

차라의 숲 2011. 9. 6. 21:31

꽃제비...

왜 이런 이름이 생겼을까 궁금할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차라리 모르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왠지 더 슬퍼질 것 같거든요.

 

버림받은,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거친 야생의 고아들...

 

기차역에서,

시장에서,

음식점 앞에서,

쓰레기장에서...

 

아이들은 구걸을 하거나

소매치기를 하거나

쓰레기를 주워 먹습니다.

 

 

<사진: 기차밑 꽃제비 아이들. 아이들이 너무 불쌍해 누군가 빵과 과일을 안겨주었다. 출처: (사)좋은벗들>

 

더 이상 아무도 이들을 불쌍하다 여기지 않습니다.

당장 제 먹고 살기 바쁜 어른들에게

남의 집 아이,

버려진 아이들이 눈에 들어올리 없습니다.

 

보안원(경찰)들에게 이 아이들은 단속의 대상일 뿐입니다.

구제소에 넘겨버리면 그만.

 

꽃제비들이 너무 많다보니,

가난한 집 아이를 꽃제비로 오인해 구제소에 끌고가는

황당한 일도 가끔 벌어집니다.

 

다음은 졸지에 꽃제비로 오인받아 끌려가던 손자를 끌어안고

울어야 했던 할머니의 사연입니다.

 

"내 손자는 꽃제비가 아닙니다"

 

지난 6 5일 강원도 원산 시장에서는 멀쩡한 집 아이가 꽃제비 단속에 끌려갈 뻔한 일이 발생했다. 꽃제비 단속에 나선 한 보안원이 음식 매대에서 좀 떨어진 곳에 혼자 있는 8-9세가량 돼 보이는 아이를 보고는 무조건 끌고 가려고 했다. 아이는 “할머니가 여기서 기다리라고 했어요. 안 갈래요”라고 발버둥을 쳤다. 아이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끌던 보안원이 버둥거리는 아이에게 “여기서 빌어먹지 말고 밭에 가서 일해. 너희 동무들도 거기 가면 많아. 거기 가면 밥도 줄 거다”라며 신경질적으로 다른 손에 들고 있던 책으로 아이를 때렸다.

 

멀리서 끌려가는 손자를 발견한 할머니가 부리나케 달려와 “내 손자를 어디로 데려가오?”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할머니가 손자 몸을 꽉 붙들고 재차 이게 무슨 짓인가 묻자 머쓱해진 보안원은 부모 없는 아이인줄 알았다며 그냥 돌아갔다. 무서움에 떨고 있던 아이는 할머니 품에서 자지러지게 울었다. 너무 기가 막힌 일을 당하자 할머니는 “왜 옷에 흙을 묻히고 다녀서 부모 없는 애 소리를 듣냐”며 도리어 손자의 엉덩이를 때리며 야단을 쳤다. 그리고는 곧 손자를 끌어안고 서러움에 북받쳐 꺼이꺼이 울었다. 손자와 할머니가 길 한복판에서 부둥켜안고 우는 모습을 지켜보던 주위 사람들도 코끝이 찡해 눈시울을 붉혔다. 서미향(37)씨는 “해진 옷을 입고 있어서 꽃제비인지 아닌지 구분하지 못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죄로 아이들이 이게 무슨 고생이냐. 아이가 너무 놀랐을 거다”며 안타까워했다. (좋은벗들, 오늘의 북한소식 제150호)

 

꽃제비든 아니든,

가난한 집의 아이들은

허기지는 건 마찬가지여서

보안원들도 헷갈리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무작정 구제소에 밀어넣으려고 하나 봅니다.  

 

구제소가 어떤 곳인가요?

온몸에 이가 드글드글 끓을만큼 불결하고,

한명이라도 옴에 걸리면 삽시간에 퍼져

전체 아이들이 고생하는 곳이죠.

 

먹을 것이라곤 옥수수 몇 알 둥둥 띄운

풀죽이 전부...

 

허기진 아이들은

급속히 여위어가고,

하나둘 병에 걸려 죽어갑니다.

 

한때 꽃제비로 살다가 구제소에 다녀왔던

금영이는 구제소에서 아이들이 하나둘 죽어나가는 것을 보고,

여기에 계속 있으면, 나도 죽겠구나 생각했다고 합니다. 

열세살 어린 아이가 죽음을 그렇게 느꼈다는 사실이

못내 가슴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사진: (사)한국JTS는 북한 전국의 고아원 53곳에 두유와 이유식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사진: 황해북도 사리원 애육원 어린이들이 (사)한국JTS가 지원한 두유와 빵을 먹는 모습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두유 한 잔이라도 먹일 수만 있다면...

따뜻한 빵 한 조각이라도 줄 수 있다면...

정말 소원이 없겠습니다.

정말 더 주지 못해 미안할 뿐입니다.

 

우리들이 저 아이들의 부모가 되어주면 안되는 것일까요?

오늘도 저는

저 예쁜 아이들이 더 이상 배곯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