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람 북한 이야기

북한 사람들, 올 추석에 뭘 먹을까?

차라의 숲 2011. 9. 5. 17:02

벌써 한가위가 다가오고 있네요.

어렸을 땐 설이나 추석 명절이 다가오면 괜히 설레고,

오랫만에 만날 친척들 만날 생각에 가슴이 콩콩 뛰었는데,

지금은 도통 명절 기분이 안나요.

나이 든다는 게 이런 걸까요?

 

지갑이 얇을수록 괜히 더 울적해지지 않을까 싶네요.

좋은 사람들이 마음 편하게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명절 때 더 괴로워지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제 마음도 편치않아요.

 

여기 사는 분들도 마찬가지지만,

저는 아무래도 북한에 살고 있는 분들에게 마음이 더 쓰이네요.

 

사실  북한 주민들에게 한가위 명절은 우리처럼 큰 의미는 없어요.

북한에서 가장 큰 명절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4월 15일 태양절 (고 김일성 주석의 생일이죠)과

2월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이겠죠.

그 외에

4월 25일 인민군 창건일,

9월 9일 인민공화국 창건일,

10월 10일 당창건일 정도?

 

그래도 명절은 명절이니,

어떻게 명절 준비를 하고 있을까 궁금해지네요.

 

올해는 수해 피해가 극심해서

예년의 이맘때보다 먹을 게 없다고 하는데,

추석이라고 별반 달라지지 않을 것 같기도 하구요.

 

명절날 뭘 먹을지 궁금했는데,

마침 올해 설명절 때 비슷한 소식이 있어 옮겨봅니다.

 

 

 

“된장국에 옥수수밥이면 설 명절 잘 쇤 것”

 

올해 함경남북도 주요 도시에서는 설 명절이 유독 냉랭했다. 여느 해 같으면 설 명절 음식 준비로 시장이 흥성거렸을 텐데, 올해는 북풍한설이 몰아친 것처럼 썰렁했다. 쌀이며 돼지고기며 이것저것 사 가는 사람은 어쩌다 한두 명이고, 보통은 큰맘 먹고 사가는 게 입쌀 1kg 정도에 불과했다. 그걸로 누구 입에 풀칠했느냐고 하니 “당연히 옥수수쌀에 섞어 먹었다”고 대답했다. 건더기 없는 된장국에 옥수수밥이면 설 명절을 아주 잘 쇤 축에 든다고 했다. 입쌀 1kg도 못 섞어 먹은 집도 많다며 명절을 어떻게 쇠었는지 민망해서 서로 묻지 않는다고 했다. (중략)

   

함경북도 도시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회령시 동명동에 사는 정인국(가명)씨는 설날 아침에 뭘 먹었느냐는 질문에 머뭇거리며 대답을 잘 못했다. 대신 “된장국에 옥수수밥이라도 배부르게 먹었으면 하는 것이 올해 소원”이라고만 말했다. 청진시 포항구역의 한 구역당 간부는 “설날에 두부 국에 5대 5밥(입쌀과 옥수수쌀 섞은 밥) 먹은 집들이 많았다. 말이 5대 5밥이지 실상 1kg도 못 되는 입쌀을 옥수수쌀에 섞어 먹었는데 그것도 명절 하루뿐, 더 이상 입쌀 구경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좋은벗들, 오늘의 북한소식 제385호) 

 

윗 글을 읽어보니, 옥수수밥을 먹으면 명절을 잘 쇠었다고 생각한다는 군요.

 

옥수수밥이라...

이게 참 난감합니다.

 

여러분은 옥수수 하면 뭐가 제일 먼저 떠오르세요?

저는 "맛있다"입니다. ^^;;

 

그리고 한 번 더 물어보면,

"영양식이다"라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저처럼 생각하는 분들은 

아마 옥수수로 지은 밥이라고 하니,

얼마나 맛있고 영양가가 많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

 

 

<사진: 가운데가 옥수수와 입쌀을 섞은 5대5밥이라고 합니다. 많이도 담아놨네요. 출처: 아시아프레스>

 

자료사진을 찾다가 위 사진을 발견했는데,  설정사진이라 그런지 굉장히 풍족하게 보이네요.

저렇게 먹을 수 있다면, 정말 아무 걱정 없겠죠? 

 

암튼 저는

순 옥수수쌀로만 지은 밥을 먹어본 일이 없어

상상이 잘 안 갑니다만,

북한 사람들은 옥수수밥이라고 이름한다고 해서 정말 '밥'이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옥수수밥은 ‘밥’이 아니다”

 

남한에서 밥 한 공기는 통상 200g 정도로 계산된다. 단순히 밥 무게만 비교해 북한 사람들이 하루 500 - 600g씩 먹는다면, 밥 3끼를 정상적으로 먹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간과해서 안 되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밥 외에 다른 부식물이 없다. 배추 시래기 몇 가닥 띄운 소금국이 전부이다. 둘째, 곡식의 종류이다. 쌀밥, 쌀과 옥수수를 절반씩 섞은 5대5밥, 옥수수밥, 옥수수국수, 옥수수죽 등에 따라 열량 섭취가 현저히 다르다. 셋째, 옥수수밥에 대한 오해이다. 남한에는 옥수수밥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보릿고개에 보리밥 먹는 얘기는 있지만 옥수수밥 먹었다는 얘기는 없다. 모든 것이 풍족해진 현대에 잡곡을 넣어먹는 것이 백미보다 건강식이라는 생각이 퍼져있어, 옥수수밥을 먹으면 영양섭취에 도움이 될 거라고 오해하기 쉽다. 물론 풀죽 먹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옥수수를 잘게 쪼개 끓여먹는 것을 ‘밥’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옥수수에는 비타민 B3인 나이아신(niacin)이 없어, 옥수수만 먹게 되면 피부염, 설사, 정신장애 등을 유발하는 펠라그라(pellagra)병에 걸리게 된다. 열량 면에서나 영양소 면에서나 쌀밥이 더 좋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실제로 북한 주민들도 옥수수밥 한 그릇보다 쌀밥 한 숟가락 먹는 게 더 힘이 난다고 말한다. “옥수수밥은 ‘밥’이 아니다. 그러나 (식량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옥수수가 주식이 된 것도 사실이다. 옥수수 찐 것도 밥이라고, 실컷 배불리 먹고 싶은 것이 우리들의 소원”이라는 주민들의 하소연은 고통스러운 식량난의 한 단면을 말해준다. (좋은벗들, 오늘의 북한소식 제391호)         

 

 

제일 잘 먹는 사람들은 순 쌀밥을 먹는다고 하고,

좀 산다는 집들은 통옥수수를 잘게 부순 것(이것을 옥수수쌀이라고 하죠)에

쌀을 섞어 먹는다고 합니다.

옥수수쌀로만 지은 밥을 먹어도 그래도 살만한 집이라고 하네요.

그러니 특별한 명절이 되면,

아무리 못 사는 집들도 최소한 옥수수밥이라도 먹고 싶겠지요.

하지만 옥수수로만 지은 밥이니 영양이 불균형할 수밖에 없겠죠.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것은 당연지사...

옥수수밥을 먹는 것이 결코 좋은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풀죽도 못 먹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요즘,

올해 추석 때 옥수수밥이라도 먹을 수 있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하루 한 두끼 겨우 죽이나 국수로 연명하는 사람들에게

옥수수밥은 그저 희망사항이겠지요.

 

"옥수수밥이라도 풍족하게 먹어봤으면 좋겠다"는 그분들의 소원이

올해 한가위 명절때만이라도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꼭...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