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람 북한 이야기

개성공단 방북제한 3주째, 언제쯤 풀릴 수 있을까?

차라의 숲 2010. 12. 16. 21:44

어제 15일, 개성공단 입주업체 대표 70여명이 북한대학원 대학교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3주째 방북이 제한되고 있다네요. 체류인원도 절반 수준, 운송차량도 평소 1/3 수준으로 줄였다니, 말만 들어도 거의 숨통이 끊어지기 일보 직전인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개성공단 사업장을 포기하고, 정부에서 보상금 받아 다른데 설비를 갖추라고 한다는데,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설비를 그대로 둬야 하는데 또 공장설비를 할 여력이 되는 중소기업이 어디 있느냐”고 하셨다네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 기사 전문 보기를...

 

더보기
방북 제한 3주째… 개성공단 입주업체 긴급회의
김주현 기자 amicus@kyunghyang.com
ㆍ“정부는 나몰라라… 20년 거래선 다 끊길 판”

개성공단 입주업체 대표 70여명은 15일 서울 삼청동 경남대 북한대학원대학교 통일관에서 만나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3주째 지속되는 방북 제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개성공단 입주업체 대표는 “마음을 비웠다”면서 “내년 사업계획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며 한숨부터 쉬었다.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임시총회는 뜻하지 않은 민방위훈련 때문에 1시간 가까이 연기됐다.

 

참석자들은 물류나 공장 가동도 문제지만 방북 제한이 3주째 이어지며 국내외 거래선의 동요가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의류업체 대표는 “24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에 보낼 물량이 있는데 현지서 ‘납기일을 맞출 수 있느냐’고 계속 전화가 온다”며 “납기일은 그럭저럭 맞춘다 해도 만약 불량이 나오면 20년 넘은 거래선이 끊길 판”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은 정부의 방북 제한으로 평소 700~800명에 달했던 체류인원이 절반 수준인 400명 선으로 줄었다. 운송차량도 평소의 3분의 1 수준인 하루 100여대에 그치고 있다. 입주업체당 1대꼴로 제한된 셈이다.

한 입주 업체 대표는 “차량 운송이 제한되면서 물류비가 오르고 체류인원이 줄어 남은 사람들의 피로감이 심하다”며 “이러다가 품질 관리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우리가 (전면전 확산을 막기 위한) 인질로 잡혀 있는 셈 아니냐”고 말했다.

한 자동차부품업체의 사장은 “공단 폐쇄하고 정부서 보상금 받아 다른 데서 다시 설비 갖추라는 말까지 나온다”며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설비를 그대로 둬야 하는데 또 공장설비를 할 여력이 되는 중소기업이 어디 있느냐”고 꼬집었다.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체 관계자는 “정부나 여당을 찾아가면 ‘참여정부가 시키는 대로 한 것 아니냐’는 식으로 나 몰라라 한다”며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이 들어갔다면 지금처럼 툭하면 방북 제한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책임자회의 유동옥 회장(대화연료펌프 대표)은 “고객(거래선) 이탈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정부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지속되고 있는 개성공단 방북 제한 조치를 서둘러 해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정상조업 중인 데다 신변 위협이 없는데도 공단 철수 운운하는 얘기가 나온다”면서 개성공단을 둘러싼 오해가 많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관계자들은 이번 총회가 자칫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했다. 정부의 태도 변화에 공단의 생존이 달린 이상 자극적인 표현을 피하려는 것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요즘은 하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아래 사진 속 침통해하는 업주 대표들의 모습들이 남의 일 같지가 않아요. 누구는 "종북주의자들, 그 입 다물라"고 하던데, 종북주의자가 정확히 누구를 지칭하는지 모르겠지만, 이 분들의 고통에도 신경을 써주면 좋겠습니다.

 

 

<사진 출처: 경향신문 http://j.mp/hmCov4>

 

 

저분들 애타는 심정을 알아줄 사람들이, 지금은 아무도 없어 보이네요. 그래서 더 안타깝습니다.

 

이런 살얼음판 남북관계가 얼마나 더 지속될까요? 지난 주에 한 워크샵에 참석했는데, 오늘 역시 실명을 쓰지 않고, 워크샵에서 나왔던 전문가들의 내년 정세에 대한 의견을 소개할까 합니다. 요즘 때가 때이다보니, 전문가들 실명이 나가는 게 조심스러워서요. 널리 이해 부탁드립니다.

 

 

2010년 = 한반도에 중국의 영향력을 자꾸 끌어들이는 양상

 

현재 한반도에는 남북갈등과 남남갈등이 있는데, 중국의 영향력을 자꾸 한반도에 끌어들이는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과거 미소관계와 달리 시장을 공유하면서 협력과 경쟁의 관계라 할 수 있다. 미국은 계속 패권을 고수하려고 하는데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어 어느 정도 충돌은 계속되겠지만, 판을 완전히 깨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은 미국에 재앙 요소만이 아니라 기회요소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천안함 사건과 달리, 이번 연평도는 북한의 도발이 분명하고 처리가 급한 사안이다. 그러나 북핵문제를 장기간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연평도 포격 사건 직전에 북한에서 미국 지그프리드 헤커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에게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했는데,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앞선 것이었다. 기존에는 원심분리기가 파키스탄 p1형일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네델란드 방식으로 상당히 앞선 것이었다. 어떤 경로로 들어갔는지는 모르지만, 예상보다 많은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평도 사건이 나긴 했지만, 북핵 문제를 계속 지연시키면 우라늄 농축 원자폭탄 1개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 더 이상 방치할 수가 없다. 오바마로서도 중간 선거에 패했기 때문에 북핵문제의 가닥을 잡아야 한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을 대표로 커트캠벨 동아태 차관보, 제프리 베이더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보좌관, 성김 북핵 6자회담 대표 등으로 이뤄진 미국 대표단이 17일까지 방중 예정인데, 아마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추가 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중국에 도움을 요청하고, 중국이 요구했던 6자회담진행을 시작하지 않겠나 싶다.

 

지금은 한미관계가 별 변화가 없을지 모르지만, 내년 1-2월, 만약 6자회담으로 분위기가 넘어갔을 때 마찰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중국과 협력구도를 더 강화할 것이다. 반면 한중관계는 이명박 정부들어 한중전략관계를 맺었다고 해도, 과거보다 협력관계가 후퇴하면서 중국을 오히려 북한에 확실히 묶어두는 효과를 가져왔다. 북한의 대리인으로서 중국의 입지가 강화되고, 북핵문제가 시급해진 미국은 한국과의 협력관계에서 벗어나 전략적 인내 정책을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 긴장 관계를 두고, 미국과 중국이 전략적 대화를 하는 상황이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반도 긴장 문제는 미중이 어떤 전략대화를 할 것인지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연평도 사건 이후 2011년 이명박 정부의 선택은?

 

이명박 정부가 계속 대북 강경책을 고수할 경우,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북한은 아마 자체 우주로켓발사나 핵실험, 대남도발 등을 통해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레임덕을 막으려고 공안정국 비슷하게 분위기를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2012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둔 일종의 몸풀기를 하려는 것이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북한이 도발을 좀 해줘야 한다. 정권 유지에 당장 필요한 것이 대북긴장이기 때문이다. 건국 이후 6.25 전쟁을 거쳐 최근까지 반공체제로 계속 유지해왔는데, 그것이 없어지면 보수세력은 헤게모니를 상실하게 된다. 그것을 유지하려면 남북관계가 나빠져야 한다. 그래야 반공주의가 되살아나고, 보수 헤게모니가 유지된다고 보기 때문에, 일부 언론과 일부 인사들의 언행이 험하기 그지 없다.

 

지금까지 MB정부는 북한을 고립시켜서 망하게 하겠다고 했는데, 북한이 망할지는 몰라도 순순히 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누구 손해일까? 우리 국민들이다. 우리 국민들이 남북관계를 보다 구조적으로 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북한을 그저 악마로 보아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악마로 보면, 다음 행동을 예측할 수가 없다. 무턱대고 미친 놈이라고 욕하면 기분은 나을지 모르지만, 악이라고 하는 시각 자체가 잘못된 것일 수도 있고, 그러면 정책이 잘못된다. 정확한 판단에서 정세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어쨌거나 MB정권은 내년에도 공안정국으로 계속 끌고 가고 싶겠지만, 권력 초반에도 쉽지 않았던 일이 레임덕 4년차 접어드는데 쉽겠는가. 미국이 지금까지는 자기들 국내 문제에 우선하면서 대북문제는 MB정부와 보조를 맞춰왔으나, 한미FTA도 타결됐고 더 이상 미국이 한국 눈치를 볼 이유가 없어졌다. MB정부의 뜻대로 되서도 안되겠지만, 그렇게 끌고가고 싶어도 외부 여건이 어려울 전망이다.

 

 

마치며...

 

요약하면, MB정부는 국내정세를 주도하기 위해 내년에도 대북강경책을 고수하려고 하겠지만, 미중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전략대화에 나서면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네요. 6자회담이 재개되면 어떻게 될까요? 북한은 아마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대내외적으로 엄청나게 선전하겠죠. 우리나라 보수 세력 중에 안보제일론자들로선 그 꼴을 감당하기 어려워질 겁니다. 안보제일 보수세력들은 연평도 사건이 생긴 이 기회에 북한을 더 압박해서, 보수 30%, 진보 30%, 나머지 국민 40%라면, 나머지 40%를 확실하게 보수진영으로 끌고 와야 한다고 믿고 있으니까요.

 

보수세력 중에서도 성장에 더 관심이 있는 보수세력들은 코리아리스크를 걱정하며, 일정 정도 냉각기를 거치면 서서히 남북정상회담 카드를 꺼내려고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북한이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해 사과할리는 만무하고, 또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세습문제를 묵인하고서는 MB정부가 안보제일 보수세력의 등쌀에 꿋꿋이 버텨가며 정상회담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보수세력간 갈등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지요. MB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모순에 빠져있지만, 자신이 어떤 처지인지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MB정부가 남북문제를 자꾸 국내 정치문제로 끌어들여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인데, 결국 죽어나는 건 또 우리 서민들이겠군요. 북한이 도발한다는데 입닥치고 민방위훈련 해야 하고, 4대강 삽질이니 형님예산이니 여사님예산이니 더 시급한 안보문제 앞에서 그냥 눈감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할 것 같으니 말이죠. 제 예상이 그저 섣부른 혹은 과도한 일반화였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다시 개성공단으로 돌아가서...전문가들 전망대로라면, MB정부가 쉽게 대북강경책을 풀지 않을 것 같은데, 정말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저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는 쪽으로 전략대화를 해주길 바라고, MB정부와 김정일의 감정싸움을 말려주길 기다려야 하는 건가요?

 

화를 낼때는 내더라도, 우리가 손해보는 짓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개성공단 막으면 우리 손해잖아요. 저쪽에서 오지 말라는 것도 아닌데, 이쪽에서 먼저 안 보낸다고 하는 건 쓸데없는 자존심 싸움인 듯...아니면 전체 입주업체들이 무사히 사업장을 옮길 수 있도록 방책을 철저히 세워주든가요. 김정일 욕 하는 건 좋은데, 저도 김정일 욕하지만요, 그래도 우리 국민들 살 길은 열어줘야죠. 개성공단 입주자들이 무슨 봉도 아니고...

 

마지막으로, 워크샵에 참석했던 분들 중에 30년 넘게 공직자로서 대북정책을 다뤄왔던 분의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그 분 말씀에 많은 공감이 가서요. 에고 남북관계, 정말 답답합니다. ㅜㅜ 

 

저는 30년간 남북관계를 다뤄왔는데, 우리는 늘 모든 문제를 대화와 협상, 평화적 해결을 하자고 했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무기였다. 아웅산 폭발사건이 터졌을 때, 우리 국민들 모두 참담해하고 감정이 막 치솟았을 때에도, 우리는 대화를 통해 해결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지난 3년 전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북한에게 대화를 하자고 하고, 북한은 안하겠다고 도망가는 것이 기본 공식이었다면, 이 정부 들어와서 처음으로 북한에서 먼저 회담하자고 하고 남한은 안하겠다고 한다. 그것도 한번에 싹둑 거절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조건 달고 저런 조건 달면서 계속 뒷걸음질치면서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한다. 내가 대북 일을 해온 30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다. 한반도를 북한의 의도대로 긴장관계로 몰고 가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가 돼야 하는데, 이 정부는 이것도 거꾸로다. 답답한 노릇이다.

 

 

** 제가 낼부터 3박 4일동안 IT없는 곳으로 간답니다. 이웃님들 블로그 방문은 다녀와서 하겠습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꾸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