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람 북한 이야기

연평도 사건 이후 북한은 언제 다시 도발해올까?

차라의 숲 2010. 11. 28. 17:33

엊그제 전문가 한 분을 급히 모셔서, 연평도 사건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들어보았습니다. 일반 시민들이 질문하고 그에 답변을 해주셨는데, 제가 열심히 정리하며 들었거든요. 그 중 일부를 올려보겠습니다.

 

 

1. 남한이 훈련하면 다시 공격하겠다고 했는데?

 

북한이 바보가 아닌 이상 항공모함에 쏠리는 없다. 한다면 항공모함이 간 뒤에 하겠지.

 

앞으로 구도대로 간다면, 우리 정부의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한 2-3차례 더 도발이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북한이 주요 인구 밀집시설에 테러를 자행하고, 방사포를 미아리 지역에 쏘고 그럴 거라는데, 그렇게는 안 할 거다. 국제법적으로 명분이 없으니까. 비무장지대 안에는 군인들이 못 들어가게 돼있는데, GP라고 지금 우리 초소가 다 들어가 있다. 북한도 물론 들어가있지만, 어쨌거나 정전협정을 위반한 것이니, 공격을 한다면 이쪽에 집중공격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도 예방을 해야겠지만, 북한도 나름 궁리할 것이다. 미국 항공모함이 있을때는 안할 거고, 빠져 나가면 한국의 여론 추이를 보면서 보수강경으로 갈지, 평화보장장치의 필요성 쪽으로 갈지에 따라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2. 남한 정부는 대북정책을 전환할까?

 

MB정부는 대북정책을 바꿀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

 

정치 일정을 보면, 2012년 4월에 총선이 있고 그 해 12월에 대선이 있다. 내년 하반기에 들어가면 대선 캠프가 만들어지고, 후보들이 뛰기 시작하기 때문에 대북정책을 바꾸려면 최대한 내년 상반기까지밖에 시간이 없다. 지금 분위기로는 남북장관급회담이 이뤄진다고 해도 바꿀 수 없다. 결국 남북정상회담을 통하지 않으면 안되는데 이게 쉽지 않다.

 

과연 정상회담이 가능하겠느냐. 금강산 사건 사과 안했지, 천안함 사과 안했지, 당연히 이번에도 사과를 안 할 거고, 정상회담 하려면 이 문제를 다 떠안아야 하는데, MB정부는 결국 정책 전환을 안하고 갈 가능성이 있다. 사실 제일 좋은 것은 MB정부가 자체 논리로 정책을 전환하는 건데, 실컷 얻어맞고 바꾸게 되면 보수세력 내에서 강한 반발이 일 것이다.

 

  

3. 그러면 MB정부는 계속 강경노선으로 간다는 말인가?

 

그럴 가능성이 있다. 국민들이 북한에 대한 적개심이 고양됐을때, 반북열기를 어떻게 오래 끌고 갈 것인가, 어떻게 확산시킬 것인가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자기 정책을 갑자기 바꾸게 되면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꼴이니까, 강경이론을 국민에게 확산시켜서 그 논리로 2012년까지 끌고 갈 궁리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맞대응을 하겠다는 거다. 군사력이 우위에 있으니까, 현 정부 논리대로라면 억제력을 써서 초기에 더 세게 때려 기를 아예 못 펴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주식시장도 조기에 진정될 것이라고 본다.

 

대한민국이라고 하는 국가 이익으로 봤을 때, 어떻게 하는 게 좋은 것인가 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고, 이명박 정부 입장에서 볼 때 어떤 게 좋은 거냐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국익으로 보면 우리는 통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전쟁을 몇 차례 하면 적개심이 쌓이고 통일이 더 어려워지니 어떻게든 분쟁 요인을 축소해야 한다. 화해협력해서 공존의 공간을 넓히고, 평화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MB는 그렇게 생각 안한다는 거다. 거꾸로 이 기회에 국민들의 안보의식을 높여서 자기 지지기반을 넓히려고 생각할 것이다. 공존의 폭을 넓혀 통일하려기보다, 압도적인 힘을 과시해서 북한을 압박하려는 의도니까, 평화장치를 하라는 얘기가 잘 안 들리는 거다. 

 

 

4. 북한은 왜 그런건가?

 

북한은 체제유지가 지상최고의 목표이고 유일한 목표이다.

 

북한이 중국과 관계 개선해서 경제개발을 하려고 하지만, 현재 70% 이상이 중국 의존이라, 자주국가로서의 위기감이 있다. 체제생존을 모색하지만, 미국이나 일본, 한국과 관계 개선으로 과도한 중국 의존을 피해야 한다. 작년에도 남북정상회담 문제를 물밑에서 접촉하면서 얘기가 잘 되다가 통일부에서 반대했다. 그러다 올해 다시 1월 접촉이 활발했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조건없는 정상회담을 얘기했다가 조중동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서, 2월 1일 국무회의에서 바로 번복했다. 이번에도 G20 하기 전에 접촉해서 G20 행사까지 도발하지 말아달라고, 도발을 안하면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고 했는데, G20이 끝나고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으로 하는 정상회담은 안하겠다"고 했다. 대북정책을 전환하지 않겠다는 암시였다. 북한은 보수진영이 발목잡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정부의 정책전환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이번 도발은 이명박 대통령이 보수진영에 발목잡혀서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 잃을 게 더 크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것이다. 2012년 대선에서 야당에 정권이 넘어간다면, 아마 이명박 주변 사람들의 대대적인 해외 탈출 러쉬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재집권을 하려고 할 것이다.

 

이번 연평도 사건은 결국 이명박 정부에게 북한이 전쟁의 길을 선택할 것이냐, 평화의 길을 선택할 것이냐를 무력도발로 강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5. 지난 정부때는 바로 수습됐는데, 왜 이런 일이 자꾸 발생하는가?

 

남북한의 안전장치를 파괴시켰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들이다.

 

보수 정권 입장에서는 지난 정부 탓이라고 한다. 대북적대심이 약하다보니 느슨해져서 그렇다고 하는데, 전혀 말이 안 된다. 그전에는 충돌이 있었어도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조처들이 취해졌고, 북한이 안 지킬 때가 많았지만, 그래도 지키는 시늉이라도 했다. 그래서 충돌이 일어나도 금방 수습이 됐는데 지금은 제동장치가 하나도 없다. 평화관리기제가 소실되버린 것이다. 해운합의서를 파기하고 모든 것을 파기했기 때문에 지금은 아주 작은 것에도 충돌할 수가 있다.

 

그래서 지난 정부때 보다 안정적으로 평화를 관리하려고, 평화협정을 추진했고, 그게 안되면 종전선언이라도 먼저 하자고 계속 했는데, 보수세력에서 반대했다. 정전협정에서 우리가 우위에 있는데, 종전선언을 하면 NLL을 재조정해야 하고, 유엔사 해체 문제도 다뤄야 하니까 우리 이득을 왜 포기하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10.4 공동선언에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안을 냈던 것인데, 무시했다.

 

10.4 공동선언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란?

 

"남과 북은 해주지역과 주변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고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건설과 해주항 활용, 민간선박의 해주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이번 사건은 안전장치가 하나 둘 무너지면서 바로 노출된 문제이다. 이것을 지난 정부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지난 정부에는 정치적 신뢰구축과 군사적 신뢰구축을 통해 군비감축으로 나아가려고 했다. 그런데 군사적 신뢰구축 초기단계까지 왔다가 다 무너져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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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중국은 왜 저러는지, 미국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말씀도 해주셨는데, 오늘은 이 정도만 소개해드릴게요. 이 분은 작년에 이미 NLL에서 도발이 있을 거라고 예측했던 분인데, 이번에도 앞으로 2-3차례 더 도발이 있을 것으로 보고 계시네요.

 

참석했던 시민들은 우리 정부에게 출구전략이 있냐고 물었는데, 출구전략은 있지만 그것을 할 의지가 이 정부에는 없다고 보시더군요.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나요? 실제로, 평화보장장치를 하나 둘 회복시키는 것이 유일한 해법인 것 같은데, 압도적 힘을 과시하려는 쪽으로만 가는 것 같네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할까요?

 

전 오늘 트윗에 한반도평화선언에 동참하는 서명을 하고 왔습니다. 현재로선 할 수 있는 일이 이 정도네요. 여러분들도 동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서명은 여기로... http://lr.cx/107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