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람 북한 이야기

연평도 사건, 정말 피할 수 없었나?

차라의 숲 2010. 11. 23. 22:11

참으로 심란하고 답답하고, 한숨만 나오는 저녁입니다. 우리가 지금 어디에 살고 있는지 다시 확인한 저녁이기도 합니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연평도 민가폭격이라니...이번 사건의 추이를 더 지켜보고, 냉철하게 분석해봐야겠지만, 현재 상황만 보면, 북한 정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설령 그들의 주장대로, 남한에서 먼저 포사격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민가 폭격을 정당화시켜주지는 못할 것입니다.  의도적으로 민가를 겨냥한 게 맞다면 말이죠.

 

전 이번 사건의 본질은 바로 분단체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분단이 아니라, 언제든 전쟁 가능성이 있는 '휴전' 상태의 분단이라는 사실 말이에요. 그러니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 체제, 즉 평화통일이 가장 정확한 해법이겠지요.

 

이쯤에서 전 우리 정부에 묻고 싶은 게 생겼습니다.

어떤 분들은 우리를 공격한 건 북한인데 왜 남한 정부에 뭐라고 하느냐고 하실지도 모르지만,

제가 태어나 자라고, 세금을 내고 있는 나라는 북한이 아니라 남한이기 때문에,

남한 정부에 다음 헌법 조항에 근거해 국민으로서의 제 권리를 몇 가지 묻고 싶어졌습니다.

 

헌법 66조2항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

 

헌법 66조 3항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

 

1.  북한 도발, 피할 수 없었는가?

 

오늘의 비극이 과연 갑작스러운 것이었을까요?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이 정부는 정말 예측하지 못했던 걸까요? 북한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경고해왔었습니다. 특히 NLL문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었기에 첨예한 입장 차이를 드러내곤 했었잖아요.

 

작년 10월 14일, 북한 해군사령부는 미 7함대 소속 핵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서해상에서 북한군의 해상 침투에 대비한 한미 연합 훈련을 실시하는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조선 서해 전연해상에서 남조선군호전광들의 엄중한 군사적도발행위가 련이어 감행되고 있다. 남조선군호전광들은 12일 하루동안에만도 정상적인 고기잡이를 하는 우리 어선들이 저들의 수역을《침입》하였다고 하면서 10차에 걸쳐 16척의 전투함선들을 황해남도 강령군 쌍교리 구월봉남쪽 우리측 령해에 침입시켰다. 남조선해군함선들의 무모한 군사적 도발로 하여 이 수역에서는 쌍방간에 해상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위기일발의 사태가 조성되였다.

 9월 중순부터 계단식으로 확대되여온 이와 같은 군사적 도발은 10월에 이르러 하루 평균 3~4차에 달한다. ...(중략)...

남측에 우리측 어선들이 우리 령해에서 정상적인 어로작업을 하고 있다는데 대하여 통보하면서 침입한 남조선해군함선들을 즉시 철수시킬 것을 강력히 요구하였다.  그러나 남조선해군함선들은 도적이 매를 드는 격으로 북상하지 않으면 《강경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위협해 나섰다. 사태의 엄중성은《어선단속》의 구실로 불법무법의 《북방한계선》을 고수하려는데 진의도가 있는 것이다...(중략)... 

 이제 조선서해해상에서 제3의 충돌이 일어난다면 어떤 후과가 빚어지겠는가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명백하다. 남조선군호전광들은 경거망동하지 말아야 하며 우리측 령해침범행위를 당장 중지하여야 한다. 경고 뒤에는 행동이 따르게 된다는 것을 남조선군당국은 똑똑히 명심해야 한다.

   주체98(2009)년 10월 14일

                                                                                   조선인민군 해군사령부

 

 

북한은 언제나 서해상의 한미 군사훈련에 즉각적이고도 극렬한 반발을 표출해왔습니다. 어느 북한 전문가께서 위 보도문의 "제3의 충돌이 일어난다면"이라는 구절을 보면서, 심상치않다고 예견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동안에도 관습적으로 혹은 상투적으로 협박을 해왔지만, 서해를 지목해 제3의 충돌이라고 콕 집어 얘기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서해상에서 피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셨는데, 그땐 그냥 심각하게 고개만 끄덕이고 넘어갔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그 분 돗자리 까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 분은 단순히 군대끼리의 충돌이 아니라, 연평도나 백령도 민가 피해까지 배제할 수 없다고 하셨더랬습니다. 설마 그렇게까지...하고 넘어갔지만, 그 역시 결과적으로 예측이 빗나가지 않았네요.

 

이 말인즉슨, 전문가들이 보기에 서해상 무력충돌이 이미 예견된 문제였다는 것이죠. 다시 말하면, 정부에서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는 소리입니다. 아니 결과론적인 대책이 아니라, 적극적인 예방이 필요했던 거죠.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습니다.

 

 

2. 북한을 자극해서 무엇을 얻으려고 했는가?

 

 

이 정부는 4대강 등 다른 사업과 마찬가지로, 북한에 대해서도 매우 일관되게 강경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 외곬수만큼은 높이 평가해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이쯤에서 오늘 연평도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어떤 식으로 남북관계가 흘러왔는지 한 번 돌아볼까요?

 

북한은 이명박 대통령이 새로 당선된 뒤 한동안 새 정부의 움직임을 주시하기만 할 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해마다 신년 초가 되면 어김없이 발표하는 신년공동사설-전 국민에게 내리는 일종의 국정 방향이자 행동 지침-을 보더라도, 새 정부에게 교류협력을 지속하기를 희망하는 내용들로 채워져있습니다. 남한 정부에 대한 신년공동사설 전문은 더보기를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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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는 조국통일의 길에 획기적인 국면이 열린 해였다. 온 겨레의 커다란 관심과 기대 속에 역사적인 10월 북남 수뇌상봉이 이루어지고 '북남관계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이 채택된것은 6.15공동선언의 기치 밑에 조국통일 위업을 새로운 단계로 전진시켜나가는 데서 중요한 사변으로 된다. 민족의 통일열기가 그 어느때보다도 고조되는 속에 북남 고위급협상들이 진행되고 다방면적인 협력의 길이 열리게 되었다. 오늘의 현실은 6.15 통일시대의 흐름은 그 무엇으로써도 가로막을 수 없으며 민족이 하나가 되어 힘차게 싸워나갈 때 조국통일 위업을 반드시 실현할 수 있다는 확신을 안겨주고 있다. 북과 남, 해외의 온 겨레는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통일, 평화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자!'라는 구호를 높이 들고 조국통일 운동을 더욱 줄기차게 벌여야 한다. 북남 관계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10.4선언은 민족의 자주적 발전과 통일을 추동하는 고무적 기치이며 6.15 공동선언을 전면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실천 강령이다.

 

우리는 10.4 선언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대결시대의 잔재를 털어버리고 북남관계를 명실공히 우리 민족끼리의 관계로 확고히 전환시키며 평화번영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나가야 한다. 조국통일 운동의 주체는 우리 민족이며 외세에 의존하여서는 어느 때에 가서도 나라의 통일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어떤 경우에도 민족의 존엄과 이익을 첫자리에 놓고 나라의 통일과 관련한 문제는 민족자주의 입장에서 우리 민족끼리 해결해나가야 한다. 통일로 나아가는 시대적 흐름에 등을 돌려대고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방해하는 친미사대와 매국배족 행위를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

 

북남 관계발전과 통일에 이롭게 법률적, 제도적 장치들을 정비하여야 한다. 전쟁의 근원을 없애고 공고한 평화를 이룩해 나가야 한다. 반세기가 넘는 오랜 세월 항시적으로 전쟁의 위험 속에서 살아온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평화보다 귀중한 것은 없다. 온 민족이 내외 호전분자들의 침략전쟁 책동을 짓부수기 위한 반전 평화투쟁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올려야 한다.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끝장내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며 남조선에서 침략적인 합동 군사연습과 무력증강 책동을 저지시키고 미군 기지들을 철폐하여야 한다. 동족을 '주적'으로 삼는 대결관념을 버리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며 분쟁 요소들을 제거하여야 한다. 북남 협력사업은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고 평화와 번영, 통일을 이룩해 나가는 숭고한 애국사업이다. 북남 경제협력을 공리공영, 유무상통의 원칙에서 다방면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것을 장려하여야 한다. 북남 사이의 협력과 교류를 조국통일에 실질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게 확대발전시켜야 한다.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고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민족공동의 번영을 위하여 특색있는 기여를 하여야 한다. 북과 남의 정당, 단체들과 각계각층은 주의주장과 당리당략을 떠나 민족의 대의를 앞에 놓고 굳게 단합하여 겨레의 통일 염원을 실현하는 데 모든 것을 복종시켜 나가야 한다. 북과 남, 해외의 온 겨레는 '우리 민족끼리'의 기치를 높이 들고 자주통일, 평화번영을 위한 거족적인 투쟁을 힘차게 벌임으로써 조국통일의 날을 하루빨리 앞당겨와야 할 것이다. 오늘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하고 자주의 길로 나아가는 것은 우리 시대의 막을 수 없는 흐름으로 되고 있다. 현실은 제국주의의 강권과 전횡이 그 어디에도 통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공화국은 앞으로도 자주, 평화, 친선의 기치를 높이 들고 조선반도의 안정과 세계의 평화를 위하여 적극 투쟁할 것이며 우리를 우호적으로 대하는 모든 나라들과의 친선 협조 관계를 더욱 강화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당의 선군영도따라 역사의 모진 풍파와 시련을 헤쳐온 우리식 사회주의는 끝없는 생기와 활력에 넘쳐 승승장구하고 있으며 우리 앞에는 강성대국 건설의 승리의 날이 마중해오고있다. 60년을 아로새겨온 우리 공화국의 역사에서 오늘처럼 나라의 존엄과 국력이 최상의 경지에 이르고 우리 군대와 인민의 가슴마다에 앞날에 대한 신심과 비약의 열정이 뜨겁게 용솟음친 때는 없었다. 조선노동당의 노숙하고 세련된 영도가 있고 강력한 정치군사력과 천만 군민의 불타는 애국적 열의가 있기에 우리 조국 땅위에는 반드시 주체의 사회주의 강성대국이 일떠서 온 누리에 빛을 뿌리게 될 것이다. 모두 다 위대한 김정일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혁명의 수뇌부 두리에 굳게 뭉쳐 공화국의 융성번영과 주체혁명 위업의 완성을 위하여 더욱 억세게 싸워나가자.

 

2008년 신년공동사설 민족통일 부분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북한은 10.4 공동선언과 6.15공동선언을 매우 비중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새 정부에 대한 메시지이기도 했습니다. 정부가 바뀌었다고 해도, 남북정상회담 합의서를 이행해줄 것을 촉구한 것이기도 하죠.

 

이 두 선언에 대한 평가는 워낙 논쟁적이기 때문에, 더 말씀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이 두 선언에 어떤 문제점을 인식했다면, 그것을 아예 백짓장으로 폐기할 것이 아니라,  북한을 상대하는 하나의 지렛대로 활용했어야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유리할 수도 있었을 패를 헌신짝처럼 내던지는 쪽을 택했습니다. 연초부터 오렌지(영어몰입교육) 사건, 강부자와 고소영 문제 등을 겪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이명박 정부는 북한 문제 혹은 통일 비전에 관해서만큼은 말을 아끼는 인상이었습니다. 적어도 3월 19일 전까지는요. 곧 봄농사철이라 비료와 농사용 비닐을 받아야 하는데, 새 정부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애가 타는 건 북한 정부 쪽이었습니다. 북한은 2006년과 2007년 연이은 큰물(수해)피해로, 수확량이 많이 감소한 상태였고, 일부 지역에서는 아사자가 발생하는 등 식량문제만 보더라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3월 19일, 처음으로 새 정부의 대북 관련 공식 멘트가 등장합니다. 새로 임명된 김하중 당시 통일부 장관이 "북핵문제가 타결되지 않는다면, 개성공단 확대 어렵다"고 발언한 것이 그것입니다. 핵과 남북교류협력문제를 연계하겠다는 말과 같았죠. 북한으로선 결코 용납하기 어려운 발언이기도 했죠. 이때만 해도 북한은 당장 발끈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좀 더 두고보자는 분위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3월 26일, 하룻동안에만 세 번의 직격탄이 날아갑니다.

그것도 남한의 새 국가수반인 대통령께서 가장 센 놈을 날리셨죠.

가장 중요한 남북한 정신은 1991년에 체결된 기본합의서”라고 말해, 10년 정부의 두 성과라면 성과라고 할 수 있는 6.15와 10.4를 훌쩍 건너 뛰어버렸죠.

 

네, 1991년 기본 합의서, 물론 훌륭합니다만, 왜 남북정상들이 직접 만나 합의한 선언을 무시하냐는 것이죠. 게다가 "핵을 끼고는 우리가 통일하기도 힘들고, 본격적인 경협을 하기도 힘들다”고 말해 사실상 핵과 남북경협을 연계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이것은 북한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말과도 같은 선언이었습니다. 이때만 해도 저는 순진하게, 아 새 정부가 북한 정부를 길들이려고 아주 세게 나가는 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좀 밀고 당기다가 북한과 협상을 시작하겠지...

 

네, 대단한 착각이었습니다.

 

김태영 당시 합참의장 내정자는 적(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을만한 장소를 확인해 타격”하겠다고 해 대북선제공격을 시사하는 발언까지 했습니다. 부시 정부조차 하반기에는 네오콘이 몇 풀 꺾였는데, 우리는 이제야 네오콘을 맞이하는 소리같았습니다.

 

북한의 인내심은 여기까지였습니다. 이때부터 리명박 력도라는 말이 등장하고, 괴뢰도당이라는 표현이 수년 만에 다시 등장했습니다. 그 뒤 상황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제가 2008년부터 2009년 2월까지 남북한 관련 주요 사건들을 정리해봤는데, 3월 27일 개성공단 남한 당국자 추방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치킨게임에 돌입했지요.

 

 

<표> 2008-2009년 2월까지 남북관계 일지

 

2008년 3월 19일

남한 김하중 통일부 장관,

북핵문제가 타결되지 않는다면 개성공단 확대 어렵다”발언

3월 26일

남한 이명박 대통령,

가장 중요한 남북한 정신은 1991년에 체결된 기본합의서”라고 발언.

북측에서는 6.15와 10.4공동선언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

“핵을 끼고는 우리가 통일하기도 힘들고, 본격적인 경협을 하기도 힘들다”

,‘핵-남북경협’연계 공식화

남한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 라이스 미 국무부장관과의 공동회견에서

(북핵문제에 대해) 시간과 인내심이 다해가고 있다”며 대북압박정책

시사

남한 김태영 당시 합참의장 내정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적(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을만한 장소를 확인해 타격”하겠다고 해

대북선제공격 시사

3월 27일

북한 개성공단 경협사무소 남한 당국자 추방

3월 28일

북한, 서해상에서 단거리 함대함 미사일 3회 발사

북한 해군사령부 대변인, 서해 북방한계선(NLL) 수역에서 군사충돌 경고

4월 1일

북한 노동신문 대남비방 집중포화 시작

5월 30일

북한 서해상 함대함 단거리 미사일 3회 발사

7월 11일

북한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10월 2일

북한 남북군사실무회담, 남측 민간단체 대북전단지 살포 중단 요구

10월 16일

북한 노동신문, ‘남북관계’ 전면차단 경고

11월 12일

북한 판문점 적십자 전화 차단 및 육로 제한 경고

11월 24일

북한 개성관광, 남북 철도 운행 중단 선언

2009년 1월 1일

북한 신년공동사설, 6.15와 10.4공동선언 이행 촉구

1월 17일

북한 인민군총참모부 성명, “전면대결태세 진입”발표

1월 30일

북한 조평통 성명, “북남 사이 정치군사적 대결 해소 합의 전면무효,

NLL 합의 폐기”발표

2월 1일

북한 노동신문, “경고 외면은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논평

 

저는 아직도 궁금합니다.

북한의 6.15, 10.4 선언 이행 요구를 묵살하면서, 선제공격과 북핵문제와 교류협력 연계 등을 거론해 북한을 자극하면서 얻으려고 했던 게 과연 무엇이었는지요? 3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남한 정부가 어떤 실리를 얻었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3. 지켜주실 수 있습니까?

 

 

2009년과 현재 상황을 보더라도, 계속 "김정일 건강이 이상하다, 북한은 곧 망할거다, 기다리면 된다" 이런 식의 태도를 보여 왔는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요? 북한이 망하기 전에 우리 젊은이들이 먼저 죽어나가는 상황이 됐습니다. 게다가 정부의 호언장담과 달리, 민간인들조차 결코 안전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아버렸습니다. 연평도 주민들은 앞으로도 계속 불안에 떨며 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명박 정부는 어려운 위기에 당면했습니다. 당장 보복을 하자는 여론이 거세질 것이고, 왜 당하고만 있느냐는 비난도 빗발칠 것입니다. 반면 확전은 절대 피해야만 하는 현실입니다. 일부 정신나간 사람들이 "전쟁이 나도 우리가 3일만 참으면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만의 하나 그랬다가는 서울은 쑥대밭이 되고 말 것입니다.

 

저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 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했던 그 선서를 꼭 지켜주시기를 요구하는 바입니다.

 

더 이상 애꿎은 우리 젊은이들이 희생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희생자와 그 가족분들께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