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람 북한 이야기

G20으로 국격? 평양 욕할 것 없다

차라의 숲 2010. 11. 12. 13:13

 

배꼽잡고 한참을 웃었습니다. 쥐(G)들의 잔치가 벌어질 때는 프로포즈도 못하겠군요. 코엑스 동문에서 스케치북들고 "OOO님, 결혼해주십시오" 청혼하려다가 1인시위로 몰려 체포됐다는 기사를 읽고, 어이상실에 그만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오후 2시까지만 하게 해달라고 사정했다는데, 그냥 연행해갔다는군요. 우짜노~~~

 

서울 강남우체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딸 샤샤에게"라는 소포 하나에 소동이 있었나봅니다. 엑스레이 투시기에 넣어보고, 그래도 안심이 안 돼 경찰특공대에 폭발물 탐지견까지 동원해 살펴보니, 그냥 배 한 상자였다네요. 부산에 사는 한 70대 할아버지가 배 한 상자 선물하려던 것이 이렇게 됐네요.

 

트위터에 글을 올린 한 누리꾼은 멀쩡하게 길을 가다 체포돼 왜 그러냐고 했더니, 불법시위자로 오인했다고 하네요. "G20 관련 불법집회 예방을 하는데, 단체 이름 등이 적힌 옷을 입은 사람은 검문 대상’이라고 했다. 내 옷엔 unicef(국제구호단체인 유니세프)라고 써 있었다"고...이 소식에 또 빵빵 터졌습니다. 당하신 분들에겐 정말 죄송하지만, 넘 웃겨서요. 이런 나라에서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지금.  

 

 

 

<사진: ttp://twitpic.com/3600qr>

 

오늘 트위터엔 위 사진이 떠돌아다니네요. 쥐20 정상들이 지나간다고 리베라 호텔 앞에 학생들이 동원됐다는 군요.

 

 

 

이 사진은 강남 코엑스 앞인데요, 도로가 텅텅 비어있네요. 언빌리버블~~ (영어 쓰기 싫어하지만, 왠지 느낌상~ ㅋㅋ) 서울 시민들, 정말 착하십니다. 근처로는 아예 안 가시는군요. 뭐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라고 하실 것도 같습니다만...^^;; 코엑스 지하상가엔 사람이 안와서 거의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았다더군요. 그나마 이쪽에서 장사가 되는 곳은 모텔과 호텔 등 숙박업계라고 합니다. 한달 전부터 경찰들이 쫙 예약해놨다나요? ^^;;

  

오오 대한민국의 국격이 올라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이말년님의 쥐20 풍자 만화가 이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네요. 보실분은 더보기를 눌러주세요. <스압주의, 좀 깁니다>

 

 

 

 

어떤 분이 환영 깃발 흔들러 학생들이 동원된 사진을 보고, 트윗글에 "서울인지, 평양인지 모르겠다" 그러시더군요. 평양도 얼마 전 큰 행사를 하나 치렀죠? 10월 10일 당창건 65돌 기념식이 그것인데요, 외국인 기자들도 많이 초청했던 모양이에요. 여기보다 먼저 큰 행사를 치른 평양 시민들의 소감은 어떨까요?

 

 

"당창건 65주년으로 정신없었던 평양, 겨우 한숨돌려"라는 기사 제목이 눈에 띄네요. 좋은벗들 '오늘의 북한소식' 376호에 실린 평양 소식을 보실까요? (참조: http://www.goodfriends.or.kr).

 

 

10월 10일 당창건 65주년이 끝나자 가장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은 평양 시민이었다. 그동안 당대표자회와 당창건 65주년 행사를 치른다고 숨 한 번 크게 못 쉬고, 각종 모임과 과제에 청소와 마을 꾸리기 등에 동원되었기 때문이다. 매주 일요일에는 아침 6시에 가정주부들을 불러 잔디를 깎거나 연석을 하얗게 닦는가 하면,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수시로 거리 청소에 동원됐다(하략).

 

 

첫 문장부터 평양 시민들이 행사가 끝나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하는 걸 보니, 맘고생이 참 많았나 봅니다. 행사를 잘 치러야 한다고 선전하는 각종 모임에 참석해야 하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잔디 깎기, 연석 닦기, 거리 청소 등에 동원됐다고 하니, 몸고생도 많았겠다 싶네요.

 

 

일단 큰 행사를 하면 ‘광장대렬’팀, ‘춤대렬’팀, ‘놀이군중’팀 등 3부류로 나누어 과업을 내린다. ‘놀이군중’팀의 과업은 술, 고기 등을 미리 싼값에 사가지고 지정한 장소에서 노는 것이다. 남산이나 모란봉 등에서 온 가족이 둘러앉아 뭘 먹거나 휴식하는 모습 등을 보이면 된다. 놀이군중이 아닌 사람들 중에도 놀러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날은 대개 놀이군중 과업을 받은 사람들이 나간다. 놀이군중팀은 제일 신세가 좋은 편이다. ‘춤대렬’팀은 비교적 젊은 사람들을 선발하는데, 춤 연습을 한 뒤 행사기간 동안 선정해둔 구역에 나가 춤을 추어야한다. 매일 퇴근 후에 훈련해야 해 신체가 고달프기 짝이 없다. 가장 힘든 팀은 뭐니뭐니 해도 신호에 따라 집단체조를 하는 ‘광장대렬’팀이다. 춤대렬이나 놀이군중팀은 1호행사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광장대렬팀은 십중팔구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켜보는 1호행사라 가장 엄격하다(하략).

 

 

평양도 재밌는 걸 많이 하네요. 놀이군중팀, 춤대렬팀, 광장대렬팀...생소한 말들이긴 하지만, 뭐 짐작이 안 가는 건 아니네요.

 

놀이군중팀이란 남산이나 모란봉, 대동강 구역 등 평양 시내 휴양지에 가족단위로 나가 노는 모습을 보여주는 팀이라고 합니다. 술과 고기도 싼값에 국가에서 공급해주면서 너희 가족들 데리고 나가 놀라고 등떠미는 것이죠. 놀이공원에 사람이 없으면 썰렁하고, 외국인들이 이상하게 볼까봐 그런 가봐요. 일종의 연출인거죠. 놀이공원에 진짜 놀러나온 사람이야 없겠어요? 물론 있겠지만, 그래도 당에서는 안심이 안됐는지, 이렇게 나가놀라는 과업까지 주신 겁니다. 재밌는 발상이죠? ^^

 

 

 

<출처:kwramm의 모란봉공원 사진, http://j.mp/bxRrbb@N08/4937483678/in/photostream/>

 

아무리 당에서 시켰다고 하지만, 그래도 노는 건 즐거운 일이겠죠. 놀이군중팀이 세 팀 중에 그나마 제일 신세 편하다고 하니, 수긍이 갑니다. 그럼 춤대렬팀은 어떨까요? 춤추는 거니까 좀 낫지 않을까 싶은데, 당사자들 말을 들어보니 그건 또 아니라네요. 퇴근하고 매일 저녁 춤연습하느라 뼈가 녹아난다고 합니다.

 

 

<출처:Eric Lafforgue의 김일성광장에서 춤추는 사진, http://j.mp/bMr3lb>

 

그렇게 봐서 그런가? 춤추는 분들의 얼굴이 좀 심각해보이네요. 아 이건 이번 당창건 65주년 사진은 아닙니다. 설명을 보니, 2008년 4.15 태양절에 찍은 사진이라는군요. 매 행사때마다 이렇게 고운 한복과 양복을 입고, 춤을 추어야 한다고 합니다. 새터민 한 분은 저기에 나가는 사람들은 직장에서 그래도 젊고 인물 좀 되는 사람들을 우선 뽑는다고 하시더군요. 그 사람이 돈이 없어 옷이나 구두를 구하지 못하면, 돈을 모아서 장만해주거나 빌려준다고도 그래요. 그러니 저런 모습을 보고 "평양 사람들이라 잘 사나보네" 이러면 곤란하다고 한 말씀 덧붙여주시더군요. 평양도 배급이 들쑥날쑥이라 요즘은 좀 힘들다네요. 

 

네, 춤대렬이 그다지 편하지만은 않다고 하는데, 그래도 이 팀보다는 낫다고 합니다. 가장 피곤하고 힘든 팀이 바로 광장대렬팀이라네요. 

 

 

 

 <출처: www.j-pics.info(실명 없음)에서 찍은 김일성광장에 모인 대렬팀, http://j.mp/azklId>


이 사진들은 2005년 8월 15일 광복절 행사 사진이라네요. 아직 행사 시작 전인가봐요. 일단 행사가 시작되면,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참석하는 1호행사라면, 모두 긴장 빡 들어간 상태에서 식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손짓 하나 발짓 하나 딱딱 맞아야지, 이거 한 번 틀렸다간 후환이 무섭다네요. 총화라는 걸 하는데, 거기에서 엄청 깨지나봐요. 이번에 실수한 여성이 그 자리에서 기절하는 사건이 있었다는 군요. 아래 기사를 볼까요?

 

 

중구역에 사는 림옥란(가명)씨는 “구령에 맞춰 글씨나 그림이 새겨진 깃발을 들고, 신호에 따라 빨간 꽃과 노란 꽃을 착착 들어야 하는데, 내가 아는 사람이 순서를 딱딱 맞추지 못해 실수를 했다”고 했다. 대렬을 지휘하는 신호수가 신호 없이 깃발을 흔드는 바람에 당황한 나머지 그 사람 혼자 엇박자를 했다는 것이다. 워낙 찰나에 일어난 일이라, 거의 당사자와 바로 옆사람이 아니면 알아채지 못할 미미한 실수였지만, 당사자는 극도의 긴장감에 급기야 기절하고 말았다.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너무 컸고,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에 위축돼있었던 탓이다.

 

 

저런...쓰러진 그 여자분, 많이 혼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암튼 손님 온다고 놀이공원에 놀러가줘야 해, 밤마다 춤연습해서 춤추는 것 보여줘야 해, 행사 당일날 꽃다발 드는 것도 착착 신호에 맞춰줘야 해, 평양 시민들 고생도 정말 말이 아닌 모양입니다. 행사가 끝나자마자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는 게 정말 이해가 되네요.

 

더보기

 

당창건 65주년으로 정신없었던 평양, 겨우 한숨 돌려

 

10월 10일 당창건 65주년이 끝나자 가장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은 평양 시민이었다. 그동안 당대표자회와 당창건 65주년 행사를 치른다고 숨 한 번 크게 못 쉬고, 각종 모임과 과제에 청소와 마을 꾸리기 등에 동원되었기 때문이다. 매주 일요일에는 아침 6시에 가정주부들을 불러 잔디를 깎거나 연석을 하얗게 닦는가 하면,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수시로 거리 청소에 동원됐다. 중구역에 사는 한 간부는 “장군님께서 길림성을 돌아보시던 중 장춘시의 거리가 깨끗하고 화려한 데 감탄을 금치 못하시고, 시당 책임비서(문경덕)에게 평양시가 중국의 지방 도시보다 어지럽고 환하지 못하니 화려하게 단장하라는 말씀이 계셨다”고 한 뒤로 도로와 마을꾸리기 대선풍이 일고, 매일 아침마다 ‘분위기 조성사업’이 진행됐다. 평양시부터 거리 조명 장식을 화려하고 다양하게 하라는 지시에 조명장식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10월 10일을 전후로 시내 곳곳에서 꾸리기, 깜빠니아(캠페인), 각종 회의가 벌어져 주민들은 “어서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노골적으로 말할 정도였다.

 

행사 참가자들의 고생 역시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일단 큰 행사를 하면 ‘광장대렬’팀, ‘춤대렬’팀, ‘놀이군중’팀 등 3부류로 나누어 과업을 내린다. ‘놀이군중’팀의 과업은 술, 고기 등을 미리 싼값에 사가지고 지정한 장소에서 노는 것이다. 남산이나 모란봉 등에서 온 가족이 둘러앉아 뭘 먹거나 휴식하는 모습 등을 보이면 된다. 놀이군중이 아닌 사람들 중에도 놀러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날은 대개 놀이군중 과업을 받은 사람들이 나간다. 놀이군중팀은 제일 신세가 좋은 편이다. ‘춤대렬’팀은 비교적 젊은 사람들을 선발하는데, 춤 연습을 한 뒤 행사기간 동안 선정해둔 구역에 나가 춤을 추어야한다. 매일 퇴근 후에 훈련해야 해 신체가 고달프기 짝이 없다. 가장 힘든 팀은 뭐니뭐니 해도 신호에 따라 집단체조를 하는 ‘광장대렬’팀이다. 춤대렬이나 놀이군중팀은 1호행사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광장대렬팀은 십중팔구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켜보는 1호행사라 가장 엄격하다. 이번 65주년 기념행사는 그 어느 해보다 더 엄숙한 분위기였다. 외국 언론사들을 많이 초청한 터라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한 여성이 신호를 잘 못 받아 실수한 사건이 있었다.

 

중구역에 사는 림옥란(가명)씨는 “구령에 맞춰 글씨나 그림이 새겨진 깃발을 들고, 신호에 따라 빨간 꽃과 노란 꽃을 착착 들어야 하는데, 내가 아는 사람이 순서를 딱딱 맞추지 못해 실수를 했다”고 했다. 대렬을 지휘하는 신호수가 신호 없이 깃발을 흔드는 바람에 당황한 나머지 그 사람 혼자 엇박자를 했다는 것이다. 워낙 찰나에 일어난 일이라, 거의 당사자와 바로 옆사람이 아니면 알아채지 못할 미미한 실수였지만, 당사자는 극도의 긴장감에 급기야 기절하고 말았다.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너무 컸고,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에 위축돼있었던 탓이다. 림씨에 따르면, 지난 2개월 남짓 못 먹어가며 고생 고생해서 연습한 것이 한 명의 실수로 물거품으로 변하자, “아무 보람도 없게 됐다”며 행사 참가자들이 몹시 실망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10월 10일 이후, 평양시 전체가 호된 홍역을 앓듯이 행사를 치른 뒤여서인지 지금은 다시 예전의 평온을 되찾았다. 

 

좋은벗들, '오늘의 북한소식', 제376호

 

 

 

 

기사 전문을 보니까, 평양 시민들이 확실히 더 빡세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치만 쥐20로 돌아가는 서울의 모습도 뭐 그다지 잘나 보이지는 않습니다. 

 

어쩜 그렇게도 닮으신 분들이 높은 자리에 앉아계시는지들 원...국민들에게 민폐 끼치는 건 생각하지도 않고, 그저 외국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까, 외국인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 아양떨고 위선떠는 게 저는 참 못마땅합니다. 이것도 핏줄이라 남북한이 똑같은 건가요? 외국인들한테 인정받고 싶어하는 촌스런 짓은 이제 그만 하면 안되는 건지...경제적으로나 국제정세적으로나 열등감 혹은 열패감에 시달리는 평양이야 그렇다치고, 왜 우리까지 그래야 하는지 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국격, 국격 하시던데, 이런 짓이 더 국격 떨어뜨리는 짓이라는 걸 정녕 모르신단 말인지...

 

평양이나 서울이나 경제적 격차만 있달 뿐, 위정자들 사고방식은 뭐 오십보 백보인 것 같습니다. 으으...웃어도 입맛이 아주 쓴 쥐20 소식들에,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란 노래가사가 절로 나오는 날입니다. "G20 행사가 끝나자 가장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은 서울 시민이었다"...이상 '오늘의 남한소식'이었습니다. 아, 북한소식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