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람 북한 이야기

북한 아이들이 사라져 간다(로이터 사진 모음)

차라의 숲 2011. 10. 13. 22:02

이례적으로 외신기자들의 취재를 허용한 북한.

올해 집중폭우로 그 피해를 가늠할 길 없는 황해도를 보여주는 파격 행위를 했다.

 

황해도가 어떤 곳인가?

북한의 최대 곡창지대이면서

동시에 군량미 전용기지이다.

 

군량미 생산 기지란?

이곳에서 생산된 식량은 일차적으로 군량미로 쓰인다는 말이다.

그외는 배급의 우선순위에 따라 배분된다.

 

배급 우선순위는 아래와 같다.

 

북한의 배급순위

 

출처: (사)좋은벗들, "2008 식량난 보고"

 

* 농민이 배급 대상에 속하지 않는 것은, 국가로부터 배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협동농장 생산량에서 자신의 출근일수(공수) 등에 따라 배분받기 때문이다.

 

 

그런 곳이 집중폭우 연타를 입었다.

군량미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는 소리이기도 하고,

평양시 식량 수급에도 차질이 생겼다는 뜻이기도 하다.

 

핵심 배급 대상자들에게 줄 식량이 부족하다는 것은 무엇을 말할까?

배급도 못 받는 사람들은 그만큼 알곡 한 톨 구경하기 더 어려워졌다는 말이고,

취약계층 사람들은 아사 위기에 처하게 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외부에서 식량이 들어가지 않으면, 자체 생산량만으로는 도저히 구제 대책이 안 선다는 소리다.

 

가을 추수가 시작되고 끝나는 이 즈음,

그래도 농촌에는 먹을 게 있기 마련인데,

로이터 통신 사진 기자가 촬영한 사진들을 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상태가 훨씬 안 좋은 것 같다.

 

흡사 1990년대 중반 아사자가 속출하던 그 시기의 모습들 같다.

 

다음은 로이터통신의 Damir Sagolj 기자가 촬영한 사진들이다.

(가디언 지의 설명을 붙였다. 영어가 짧아 다 의역했다. 원문을 보시려면 http://gu.com/p/32f2z )

 

북한 여성이 준비한 식사. 의사 장금순씨는 "작년과 올해 연이은 자연재해로 사람들이 감자와 옥수수로 겨우 연명하고 있다. 적절한 영양섭취를 못해 환자가 증가 추세이다. 지난 5월에는 환자 수가 월 200명 정도였다면, 7월부터 9월 현재까지 월 350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가디언의 사진 설명).

 

올해 옥수수 농사가 얼마나 형편없는지 알 수 있다. 북한에서는 옥수수를 분쇄기로 갈거나 절구로 찧어서 잘개잘개 쪼개는데, 그것을 옥수수쌀이라고 부른다. 쌀이 섞여서 쌀이 붙은 게 아니라, 옥수수를 쌀처럼 먹는대서 붙여진 이름 같다. 옥수수 알갱이만 분쇄해서는 양이 적으므로, 송치까지 같이 갈아서 양을 늘린다. 송치가 뭐냐고? 사진에도 있지만, 옥수수를 먹고 나면 버리는 몸통을 말한다. 잘 사는 집에서는 옥수수쌀에 쌀을 좀 섞어 먹고, 그보다 못사는 집에서는 옥수수쌀로만 밥을 짓고, 그보다 가난한 집에서는 옥수수국수나 옥수수죽을 먹는다. 이도저도 못 먹는 집들에서는 풀죽을 쒀먹는다. 그런데 황해도에서 저것을 한 끼니 식사라고 보여주었다면, 저 집은 아마 세 끼를 다 챙겨먹지도 못하는 집일 것이다.

 

올 여름 수해 피해가 휩쓸고 간 황해남도 속사리 협동농장에서 한 어린 소년이 삽을 들고 있는 모습(가디언).

 

가디언의 설명은 이런데, 속사리협동농장을 아무리 찾아봐도 어딘지 모르겠다. 속사리(Soksa-Ri)가 없는데, 혹시 다른 이름이 아닐까? 암튼, 비쩍 말라 비틀어지고 누렇게 변색된 옥수수-저기에 과연 옥수수알이 달린 게 있을까 의심스럽다-밭 가운데 놀란 토끼 눈을 하고 외국인을 보고 있는 아이의 모습에 그저 애잔해진다.

 

 

황해남도 속사리협동농장의 한 가정에서 주부가 끼니를 준비하는 모습. WFP는 북한 취약계층 350만 명에게 긴급 식량지원을 해야 하나, 현재 자금을 30%밖에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가디언).

 

 

속사리협동농장에서 일하는 소년의 모습. 농장 일군들은 올 겨울 혹한으로 보리와 밀, 감자 수확량이 65%까지 감소했고, 올 여름 집중폭우로 옥수수밭이 약 80%가 파손되었다고 한다. 쌀이라고 무사할리 없을 것이다. 참고로, 황해남도는 북한에서 3번째로 큰 곡창지대라고 한다(가디언).

 

 

황해남도, 올 여름 수해에 집을 잃은 박춘화씨가 임시 거처에 앉아있다. 올해 3월, WFP는 북한 전 인구의 1/4에게 긴급 식량 지원이 필요하고, 어린이 3명 중 1명이 만성 영양실조 상태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농촌마을은 특히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부터 지금까지 식량난으로 고통받아왔다(가디언).

 

올해 추위가 일찍 시작되었는데, 저 여성은 언제쯤 따뜻한 보금자리를 얻게 될까? 북한의 경제난과 사회 상황으로 볼 때, 저 여인은 올 겨울에도 저렇게 방치될 가능성이 높다.

 

 

영양상태조사를 받으려고 천막 안에서 기다리는 북한 아이들. 이 탁아소는 올 여름 집중폭우로 완파되었다(가디언).

 

사진들은 이외에도 많다. 아래는 동영상 자료에서도 보았던 해주시 고아원 아이들과 소아병동에 누워있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참고로, 해주시는 황해남도에서 가장 큰 도시이다. 우리로치면 광역시급인데, 허름한 소아병동의 모습이 기가 막히다.

 

 

 

 

 

 

지난 10월 4일, 통일부는 태풍 메아리와 폭우로 수해 피해를 입은 북한에 수해물자 지원하려했으나, 북한에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 절차를 종료했다고 밝혔다. 북한에서는 시멘트와 식량 등을 요청했으나, 한국 정부는 영양식과 초코파이, 라면 등을 지원하겠다고 통보했고, 이에 대해 북한에서는 받겠다 말겠다 아무 답변을 하지 않은 것이다. 

 

달라는 소리도 안하는데 왜 주느냐는 물음이 나올 법하다.

하지만 다 죽어가는 아이들에게 초코파이를 주겠다는 발상 자체가 너무 유치하고, 안이한 생색내기가 아닌가.

 

북한 정부도 마찬가지다. 남한 정부에서 영유아용 영양식 20만개를 보내겠다고 했으면, 그거라도 받아서 일단 아이들을 먹여 살려야 할 것 아닌가. 대체 뭐하자는 심산인가.

 

지금 미래 세대가 통째로 사라져가고 있다.

남북한 정부는 하루빨리 머리를 맞대고,

생명이 꺼져가는 북한 아이들을 살리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만약 두 정부가 정치문제로 협의하기가 힘들다면,

남한 정부는 최소한,

밀가루 외에도 옥수수와 쌀 등 식량을 지원하겠다는 민간단체들의 행보를 더 이상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