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람 북한 이야기

임진각 철야기도, 기적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

차라의 숲 2011. 10. 4. 18:46

임진각...

평화의 종을 뒤로 하고 자리를 잡았다. 

가로등만 남은 고즈넉한 새벽,

어둠 속에 연기처럼 물안개가 뭉글뭉글 피어오른다.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칼바람과

뼛속까지 스며드는 한기에도

마음만은 추운 줄 모르고,

한 배, 또 한 배

정성을 다해 몸을 낮춘다.

 

새벽 2시에서 3시, 다시 4시에서 5시로 넘어가면서

기온은 더 떨어지고,

몸이 얼음처럼 차가워지자

더욱 더 생각난다.

 

지금쯤 장사하러, 나무를 하러

일찌감치 집을 나섰을 북한의 아주머니들과

어젯밤에도 한 점 온기를 찾아

김책제철소 재무지를 헤매고 다녔을 꽃제비 아이들이...

 

물안개 너머 자리하고 있을

북녘 땅의 그들 생각에 마음이 몹시 아프다.

 

철야기도를 시작하기 전에,

전쟁으로 돌아가신 희생자들과

식량난으로 돌아가신 북한 동포,

그리고 우리 민족의 독립운동을 하다 돌아가신 이름없는 많은 분들의 넋을 기리며

재를 올리고,

 

 

<사진> 임진각 망배단 앞에서 재를 올렸다. 위패에는 '전쟁희생영가, 식량난희생영가, 무명항일전사'라고 써있다. 천주교 신자 한 분이 돌아가신 분들을 추모하는 성가를 불러주셨다. 불교와 천주교가 어우러진 뜻깊은 시간이었다. 평화의 종을 타종하고 재까지 참석한 분들은 철야기도를 하는 사람들을 격려하며 늦은밤 귀가했다.

 

33번, 평화의 종을 울렸다.

삼천대천 세계, 온 우주, 온 누리에

억울한 영혼들이 편안히 잠들고,

굶주림과 질병, 추위, 재난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평안하여지고,

우리 민족의 평화통일이 이루어져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그런 날이 어서 오기를

염원하고 또 염원한다.

 

우주의 신령스러운 존재들이 있다면

반드시 우리 기도에 감응하여 주리라 믿으며...

임진각에서 한 밤을 보냈다.

 

마산 통일 아지매, 한 사람이 시작한 기도가

한 사람, 두 사람에게

퍼져가면서 기적을 만들고 있다.

 

9월 13일, 추석 연휴에

광화문 광장에서 시작했던

"오늘 아침 북한 아이들도 밥을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상 유례없는 보자기 캠페인이

21일 진행되다가

막바지에 이르러 임진각 철야기도에까지 다다랐다.

 

 

<사진> 하늘이 다시 열린날, 임진각에서 철야기도를 한 님들. 보기만 해도 몹시 추워보인다. 가운데가 마산 통일 아지매 유애경님이다. 주부 한 분이 더 있었는데, 식구들 아침밥을 해주어야 한다며 서둘러 집에 가셨다. 청년과 주부, 5-60대 등 세대와 계층을 뛰어넘은 이 시대의 진정한 용자들이다. ^^

 

 

두 사람, 세 사람의 소원이 모이면

기적은 현실이 된다.

우리는 기적을 현실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바로 그 시작이다.

 

내가 아파보니 너의 아픔을 알겠다.

내가 추워보니 너의 시림을 알겠다.

내가 고파보니 너의 주림을 알겠다.

너의 고통을 다 알지 못하여도,

비로소 너의 고통이 보인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참으로 미안하다. 나의 동포여...

 

개천절을 맞이하여 임진각에서 평화통일염원 철야기도를 했다.
평화의종을 33번 울리게 한 후, 북녘을 바라보며 마냥 절을했다.

이렇게라도 미안함을 달래고 싶었다.
"힘들어서 하기 싫은 마음이 들더라도 멈추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가짐으로 했지만,

추위와 졸림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 멈추어지곤 했다.

물안개 피어오르는 임진강 너머의 북녘을 바라보며,

땔감에서 나오는 푸근함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다.
...
10월초인데도 이다지도 밤이 길고 추운데,
북녁은 얼마나 길고 추운 겨울밤일까 생각했다.

나야 해뜨면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지만,

북의 친구들은 어떤 희망으로 밤을 보낼까 생각했다.

나는 무엇을 할수있을까...

 철야기도 참가자 이은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