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영화·음악 외

김점선을 추억하다

차라의 숲 2010. 10. 22. 14:08

요즘 '스님의 주례사'(법륜스님 저)가 인기라네요.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들었어요.

정작 저는 안 읽었는데, 주위 사람들에게 벌써 몇 권 선물해주었어요.

 

결혼한 지 1년 갓 지난 부부,

고3 수험생을 둔 부부,

서로 얼굴 마주치는 것조차 싫어할만큼 냉랭한 부부 등

아직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이미 결혼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안겼는데 잘 읽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결혼한 부부들이 너무 힘들게 사는 것 같아서

좀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선물했는데,

효과가 있을라나요? ^^;;

 

스님의 주례사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 건 아니구요,

책 표지를 보니,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서요.

 

 

  

바로 김점선님이에요.

(표지 그림이 김점선님의 그림이랍니다.)

 

안타깝게도 작년에 돌아가셨죠.

더 오래오래 활동해주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일면식도 없는 분이었지만,

그 분의 유고 소식에 괜히 마음이 아리더군요.

   

 


제가 그림을 잘 모르지만, 

김점선님의 그림은 언제봐도 좋아요.

 

아주 가끔 인사동에 나갈 때면,

꼭 김점선 그림이 있는 하나아트갤러리에 들러 그림 구경을 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져서 돌아오곤 했답니다.  

무료로 가져갈 수 있는 엽서도 꼭꼭 챙겼구요. ^^;;

 

 

 


 주로 말, 새, 오리, 꽃 등을 그리셨는데,

보기만 해도 푸근하죠?

  

 

 

 

자유가 느껴지지 않나요? ^^

오리들이 하늘을 날다니요.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정말 저렇게 날아다닐 것 같은 거 있죠.

아니, 달려가는 것도 같네요.

 

발랄하고 유쾌하고 밝은 그림을 그려주셨던

김점선 화가님은

그림에서와 마찬가지로,

당신 삶에 대해서도

따뜻한 통찰의 힘을 잃지 않으셨습니다.

난소암으로 생이 말라가던 그 순간까지도...

  

암은 내게 번개처럼 내린 축복

 

"암은 병균이 감염된 게 아니다.

내 몸 속에서 스스로 돋아난 종유석이다.

그래서 나는 내 암조차도 사랑한다.

내 삶의 궤적인 것이다.

피곤할 때 풀지 않은 피로가 쌓인 석회석이고,

굶고 또 굶으면서 손상된 내 내장 속에

천천히 새겨진 암벽화다.

인생을 되돌아볼 기회도 없는 사람들을 나는 안타깝게 생각한다.

암이 발생한 것은 죽기 전에 생각할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점선뎐',287쪽)

 
 
'오리를 들고 가는 여인'이라는 제목의 그림을 보자,
왠지 김점선님의 마지막 모습이 이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스님의 주례사를 선물하려다,
2009년 3월 22일(토) 향년 63세로 별세한 김점선님을
추억해보았습니다.
 
인사동에 나가시면,
하나아트갤러리에 한 번 들러보세요.
(찾아가는 방법은 아래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