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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통일 아지매에게 평화통일운동이란?(인터뷰기사 2)

차라의 숲 2011. 9. 13. 21:22

한 평범한 가정주부가 굶어죽어가는 북한 동포를 살리기 위해 거리로 뛰쳐나가 모금을 시작한지 어언 14년째.

 

한낮이든 한밤중이든, 나와 여관에 가면 돈을 주겠다고 주정부리는 술에 취한 아저씨든, 북한을 왜 도와주냐고 삿대질하는 할아버지건, 무조건 김정일이 싫다는 초등학생 아이건, 그녀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모금함을 내민다. 세상에서 가장 겸손한 모습으로, 맞서는 법이 없이, 그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예 감사합니다"...

 

고래고래 소리지르던 사람도 머쓱해지며 "에이 그래도 사람이 먹고 살기는 해야겠지."라며 모금함에 손을 넣게 만드는 힘...

 

그것은 굶어죽어가는 북한 아이들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리고 싶다는 그녀의 깊고도 간절한 기도가 적대감을 녹이고 화해를 이끌어내는 원천일게다. 그 기도는 한 번의 마음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엄동설한 속에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스스로 기도할 자리를 찾았고, 누구도 지켜보는 사람이 없는데 하루 10시간씩 기도를 했다. 다음은 그녀의 이야기 두번째이다.


(사)좋은벗들 회원이자 독실한 불교신자인 유애경님이 지난 12월 25일부터 1월 3일까지 열흘 동안 서울 광화문 거리에서 “한반도 전쟁반대와 평화를 위한 참회기도”를 했습니다. (참회기도란, 지난 날의 자신의 잘못을 돌이켜 다시는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고 염원하는 것입니다.) 천안함 사건 이후 연평도 사건이 터지고, 남북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싸늘하게 얼어붙었습니다. 새해가 밝았지만 전쟁의 기운이 가시지 않아 여전히 불안한 정국입니다. 북녘 동포들의 추위와 굶주림에 그 누구보다 가슴 아파하며, 그들에게 힘이 되고자 간절히 평화와 대북지원을 염원하는 유애경님의 인터뷰 기사를 두 번에 걸쳐 실으려고 합니다. (이 기사는 좋은벗들 후원회원소식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며 엄동설한 10일 동안 서울 광화문에서 기도한

유애경님의 ‘평화운동’ 이야기(2)

 

 

대북식량지원이 전면 중단돼 북한 주민들이 많이 굶어죽고 있다고 하는데, 현 정부나 이명박 대통령을 미워하는 마음은 없었나요?

 

미운 마음이 들었던 때도 있지만, 지금은 하나도 안 미워요. 여전히 안타까운 마음이긴 하지만 미워하지는 않아요. 이걸 집안 문제로 축소시켰을 때, 우리 대통령을 부모로 본다면 내가 부모를 미워해서는 스스로 자긍심을 가질 수 없고, 미워해서 특별히 나한테 뭐 이익 되는 게 없잖아요. 결국 나를 미워하는 게 되니까. 이렇게 생각을 돌릴 수 있는 것이 새로운 방향으로서 사회운동을 해나가고자 하는 게 제 마음이에요. 무엇보다, 미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평화운동을 한다는 게 맞지 않다는 거. 미워하는 마음이 없으니까 주변에서도 긍정적으로 에너지를 모아가는 거 같아요.

 

불법(佛法)에서도 얘기하지만 원래 옳고 그름이라는 게 없는 거잖아요. 안중근 의사도 우리가 볼 때는 존경스러운 분이지만, 일본 사람들이 볼 때는 테러리스트일 수 있는 것처럼. 이명박 대통령도 자기 나름대로는 잘 한다고 하는 것이겠지요. 나도 내 딴엔 잘 한다고 했지만 아닐 때가 있는 것처럼. 그런데 이게 상대도 마찬가지라는 거예요. 연평도 사건만 해도 우리는 북한에 “사과하라”하지만, 북한은 “미리 경고했는데 왜 훈련하느냐”고 자기 할 말이 있잖아요. 서로 자기가 옳다고만 주장해서는 화해가 어렵겠죠. “저 놈의 자식들, 때려 버려야 돼, 죽여 버려야 돼”이러면 애들도 그대로 따라 배우거든요. 흑백논리가 안 되도록 해야 하는데, 이치를 모르니까 서로 싸우는 것 같아요. “네가 죽으면 나도 죽고, 네가 살면 나도 산다”는 연기법을 알면, 우리가 적이 아니고 한 몸이기 때문에 서로 죽이려고 하지 않겠죠. 그런데 이걸 모르니까 싸우는 게 아닐까. 이명박 대통령도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이런 걸 모르니까 그럴 수 있겠구나 이해가 되요. 이 분들도 이치를 알아서 화해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기도를 했어요.

 

  더 넓혀보면, 사람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으로 들리네요.

 

 

예. 맞습니다. 지난 2008년에 정토회와 좋은벗들에서 북한에 굶어 죽어가는 동포를 살리자고 100만인 서명운동을 했잖아요. 결과적으로만 보면 식량을 한 톨도 못 보냈으니까 안 먹힌 거지만, 그래도 우리 국민들이 아무리 북한 하는 짓이 밉다, 싫다 해도 동포들이 굶어 죽어간다고 도와주자고 하면 마음들을 내시는 것 같아요. 서로 돕고 사는 게 우리 민족성이라는 걸 많이 느껴요. 그러니까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야 하고, 그게 우리 할 일이다 전 그렇게 생각해요. 할 일이 있으니까 좋지 않나요?(웃음)

 

서로 생각하는 게 다르다보니까 누구는 죽이자, 누구는 평화롭게 해결하자 방법도 다르지만, 사실은 어떻게든 해결해보려고 하는 거잖아요. 옛날에 우리 아버지가 맨날 텔레비전만 켜면 욕을 했어. 뉴스에 나오면 막 저 새끼 이러고. 당신이랑 생각이 다르다고 막 욕을 하시는 거라. 그런 아버지가 참 싫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나이가 드니까 나와 다른 생각들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게 정말 어렵다 알게 됐어요. 내가 그렇게 싫어했던 아버지의 모습이 이해가 되니까 연민이 생기고, 싫은 마음이 다 사라지더라고요.

 

 

<사진1. “굶주리는 북한 아이들에겐 죄가 없습니다!”유애경님이 배고픈 아이들에게 식량을 호소하며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이다.>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는 게 정말 잘 안 되죠. 하지만 다시 하는 거예요. 백 번 안 되면 다시 하면 된다는 거죠. 부처님도 6년이나 하셨는데. 고마운 것은 백 번 넘어지면 백 한 번 일어나고, 천 번 넘어지면 천 한번 일어나라고 늘 우리에게 용기를 주시는 것 같아요. 이번에 기도한 것도 어쨌든 여러 사람에게 의견을 물어보면서 하니까 용기가 더 났던 것 같아요. 사람들 의견을 들으면서 해보니까 참 재밌더라고요. 일하면서도 신나고 그래서 지치고 힘들었던 적이 별로 없었어요. 제가 김정일 위원장에게 “우리가 다 자기 돈 아끼고 아껴서, 장롱 속에 숨겨놨던 반지 팔고, 목걸이 팔아가지고 북한 인민들을 살리려고 백방팔방 뛰어다니고 있는데 이럴 수 있나. 우리를 봐서라도 전쟁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네요.

 

앞으로 계획이 있으시다면?

 

 

그 장소에서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계속 기도를 하고 있구요, 이제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이 하는 게 좋으니까 짧게라도, 한 시간 정도라도 날을 정해서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도라산 근처나 탑골공원 같은데서 같이 해본다든지 다양하게 해보면 어떨까. 제가 점심 먹을 동안 잠깐 잠깐 함께 하셨던 분들도 무척 좋아하셨거든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마음 내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때려잡자 김일성, 쳐부수자 공산당”하면서 운동장을 뛰어다녔던 기억이 있어요. 여고시절에 그런 폭력적인 언어를 쓰고 자라면, 나중에 엄마, 아빠가 돼서 애한테 주는 악영향이 알게 모르게 얼마나 많겠어요. 지금도 부부가 싸우면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잖아요.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싸우는 게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죄책감을 느끼잖아요. 누구 편을 들어야 할지 몰라 정신 분열도 겪고. 남북문제도 그런 거라고 봐요. 이렇게 분단 상태가 계속 되면, 우리가 점점 폭력적으로 변하고, 정신적으로도 보이지 않는 피해가 클 것이라고 봐요. 통일이 꼭 되든 안 되든, 남북한이 화해를 하고 잘 지낼 때 우리 개개인들의 마음도 훨씬 안정되지 않겠나 싶어요. 여러 사람이 이런 사실을 알고 평화통일이 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주면 정말 좋겠어요.

 

 

<사진2. 연평도 가는 배 안에서 환한 미소를 짓는 유애경님의 모습에서 새로운 평화운동의 기운을 느껴본다.>